"분상제 피하게 해드릴게요"… 재건축 수주전서 무리수 두는 건설사들
"분상제 피하게 해드릴게요"… 재건축 수주전서 무리수 두는 건설사들
건설사들이 다양한 분양 대책을 내세워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뛰어드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방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대우건설이 최근 발표한 서울 서초구 반포1단지아파트 3주택지구(반포3주구)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임대 구상에 대해 "허용 불가" 방침을 세웠다.
대우건설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앞둔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에 ‘리츠 임대 후 매각’을 제안했다. 재건축 조합이 주주인 민간임대사업자 리츠를 설립하고 조합원은 현물출자해, 일반분양해야 할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가 이후에 매각하면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논리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리츠를 통해 간접임대사업자가 되는 것이고, 임대주택은 주택을 판매(공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공급규칙이 아닌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청약 없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현행법상으로는 주택을 공급하지 않는 임대 리츠를 금지하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 등이 정비계획 변경 등을 불허하면 행정소송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3주택지구 전경. /유한빛 기자
하지만 서울시 입장은 완강하다. 조합원이 임대사업자인 리츠에 현물출자하는 것도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임대 후 매각하려는 시점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것이란 입장이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정비사업에 따른 분양분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했다가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주택 공급이고 때문에 주택공급규칙을 따라야 한다"면서 "임대 리츠는 정비계획을 변경했을 때 가능한 방안인데 (주택) 공급 질서를 교란할 수 있는 변경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가 승인권자인 서울시장의 인가를 받은 정비계획 범위 안에서 경미한 설계 변경 등을 제안할 수는 있지만, 재건축 조합이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서울시의 승인을 받은 정비계획과 조합의 정관까지 변경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는 후분양을 제안하면서 그럴 듯한 단어를 붙여 조합원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부산 범천1-1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낸 현대건설은 ‘골든타임 분양제’를, 서울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에 응찰한 호반건설은 ‘피크타임 선택제’를 제안했다.
현대건설의 골든타임 분양제는 조합이 일반분양 시점을 조율할 수 있는 제도로 소개했고, 호반건설의 피크타임 선택제도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설사들이 앞으로 재건축 사업에서 가장 난관이 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문제를 제쳐둔 채, 조합원들이 솔깃할 만한 분양가 전략만 화제로 삼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지 못한 사업장은 재초환 대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 강남권의 웬만한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예상이익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초환을 고려하면 많은 재건축 조합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분양가를 높게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